10배 작아지면 10억 배 편해지는 나노 세계
비누에서 초고속 반도체까지 나노과학 물질 소개
 

나노과학은 이제 ‘금요일에 과학터치’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골손님. 우연하게도 이번 주엔 서울역, 대전역, 부산역 등 3개 금과터 장소에서 동시에 나노 이야기가 진행됐다.

서울역에선 부산대 하창식(河昌植, 51세) 교수가 “나노기술의 핵심 물질-비누, 세탁에서 거푸집까지”란 주제로 극미한 세계를 다루는 나노기술로 만들 수 있는 각종 신비한 물질들을 소개했다.

▲ 나노 세계의 신비에 대해 설명하는 부산대 하창식 교수.  ⓒ

“1990년 미국 IBM사에선 '주사 터널링 현미경(scanning tunneling microscope :STM)'으로 35개의 Xe(제논)원자를 마치 개가 양떼를 몰듯이 몰아서 5나노미터 높이로 IBM이라고 하는 회사 이름의 글자를 만들어 보였다. 어떤 물체의 크기가 10분의 1로 줄어들면, 그 물체나 시스템의 기능은 10배로 커진다. 나노 세상에선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과학기술의 편리함을 10억배만큼 더 크게 누릴 수 있다.”

이런 나노 세계가 만들어내는 물질들은 기존에는 생각도 못할 만큼 매우 다양하다.

“극미의 나노기술로 전자분야에는 나노칩 슈퍼컴퓨터, 재료엔 고강도/초경량 소재(자가진단 건축자재), 초고강도 생체센서(약물전달 시스템), 초소형 무기(무인 원격 무기) 등을 만들 수가 있다. 약물 전달시스템의 경우, 5년 후면 양자 점을 이용한 DNA 분석을 통해 20∼50년 후엔 혈관을 돌아다니는 나노 로봇을 만들고 50년 후엔 장기 손상된 냉동인간을 소생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의 나노 세계에 대한 이야기는 일반인들에게 다소 피상적으로 들릴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하 교수는 현실 생활과 연관된 분야에 빗대어 나노 세계를 설명했다.

수백만 개의 벌집이 밀가루 한 알갱이 안에

계면활성제를 들어보셨나요? 일반인에게 다소 생소하게 들리는 이 용어는 비누의 원료이다. 그런데 여기에 나노기술의 비밀이 숨어 있다.

“물을 좋아하는 친수기와 기름을 좋아하는 소수기를 함께 지닌 계면활성제의 화학구조가 세탁을 가능케 한다. 이 때, ‘마이셀(micelle)’이라고 부르는 도넛 형태의 배열이 만들어진다. 이 마이셀은 어느 농도 이상(임계 마이셀 농도:CMC)이 되면 깡통을 쌓아 놓은 것과 같은 육각형 실린더 구조를 갖거나, 입방형(cubic) 상자 모양 등의 형태를 갖는다. 이런 자기조립(self assembly) 성질은 세탁에서 뿐만 아니라, 나노과학기술에서 중요한 기본기술이 된다.”

마이셀의 자기조립적 특성을 이용, 비누를 세제 대신 나노구조물질의 중요한 거푸집(template)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하 교수의 설명.

▲ 나노미터 크기의 아주 작은 구멍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나노세공(mesoporous)’ 구조 물질.  ⓒ

“나노기술이나 약물방출시스템에도 이용되는 ‘Pluronic’이라는 고분자 비누가 있다. 보통의 계면활성제 또는 고분자 비누의 마이셀 형성과 자기조립 특성 및, 졸-겔(sol-gel) 반응이라고 하는 간단한 화학반응을 이용, 나노미터 크기의 아주 작은 구멍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나노세공(mesoporous)’ 구조 물질을 만들 수 있다.”

즉, 최종 틀이 되는 무기 골격의 산화물에 약간의 산 혹은 염기를 가해서 물과 섞고, 마이셀이 자기 조립되기를 기다렸다가 온도를 높여서 비누를 태우면 비누가 거푸집 역할을 해서 나노 구조의 집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제조된 나노세공구조물질을 투과전자현미경(TEM)으로 보면 밀가루 한 알갱이 안에 수백만 개의 예쁜 벌집이 지어지는 것과 같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나노 기술을 통해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다양한 모양과 기능을 인공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 이를 생체모방 혹은 자연모방 기술이라고 한다.”

이런 자연모방 기술로 영화 속의 주인공 스파이더맨을 실제로 만들 수도 있다고 하 교수는 설명했다.

“그동안 인위적으로 개발된 어떤 강력섬유도 실제 거미줄의 세기를 따라가지 못하고 어떤 아름다운 구조체나 과학적 조형물도 모포나비 날개의 아름다움을 못 따라간다. 스파이더맨의 꿈을 실현하거나, 사람 뼈와 똑같은 강도를 갖는 인공뼈를 개발하려면 이러한 생체모방 혹은 자연모방 기술을 향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연구하는 나노크기의 벌집 짓기 연구도 궁극적으론 그러한 노력의 하나다.”

나노 세계에 집을 짓는 PMO 기술 연구

화장품 또는 정밀화학제품과 같은 흡착제 등에서 ‘제올라이트(zeolite)’의 유용성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올라이트는 1.5 nm 영역의 나노 영역에서 다루기 매우 어려워 과학자들을 오랫동안 괴롭혀온 물질이다. 그러나 최근의 나노 기술 발달은 제올라이트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나노기술의 제올라이트 응용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지적되어 왔다. 이를 위해 나노세공의 크기를 수 nm 에서 수십 nm 로 키우는 노력이 있었다. 그 중에 1992년 모바일(Mobile)사에 의한 ‘MCM family’와 1998년 UCSB 그룹에 의해 개발된 SBA 시리즈는 이 분야의 기술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최근에 폭발적인 후속 연구들이 등장하는 KAIST 유룡 교수팀의 CMK는 이 분야에 신기원을 이룬 기술들이다.”

하 교수가 이끄는 부산대 나노정보소재 연구실도 일찍이 PMO 나노세공구조물질 연구에 뛰어들었다.

“우리 연구실에선 ‘PMO(Periodic mesoporous organosilica materials)’의 등장 초기에 연구에 착수, 주로 고분자비누를 거푸집으로 사용, 제조되는 SBA 시리즈와 유사한 합성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더불어, 골격에 다양한 유기물과 전이금속 등을 도입해 PMO의 응용성을 높이는 연구를 주로 하고 있다.”

작아지면 그 응용성이 커지는 나노세계의 법칙에 따라 PMO 나노세공구조물질은 그 응용성이 매우 높다. 즉, 기존의 촉매나 흡착제, 바이오센서(biosensor), 고효율레이저 등에 응용할 수 있다. 특히, 나노반응기의 역할에 기대가 크다. 이는 PMO 골격과 여기에 포함된 각종 생체활성물질이나 광학물질, 전자재료 등과의 상호작용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연구를 통해 하 교수 연구진은 PMO 연구에 대해 크게 4가지의 연구 성과를 얻었다. 첫째, 비눗물에 소량의 소금을 가해 PMO의 골격 벽을 튼튼하게 만드는 기술을 개발, 둘째, 다양한 ‘모폴로지(morphology)’를 가진 PMO의 제조, 셋째, 고체지지체 없이 물-공기 계면에서의 PMO 필름 제조 기술의 개발, 넷째, PMO를 이용한 자외선, pH 센서 및 유기전기발광소자(OLED)로의 응용 등이다.

“수년 내에 중금속 물질의 선택적 흡착 및 분리를 통해 PMO 물질은 환경산업에 크게 기여하고 향후 10년 내에 PMO 물질을 이용한 바이오센서 혹은 고효율레이저의 개발이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PMO 물질을 개발해 온 우리 연구실은 폴리이미드라고 하는 고내열성 고분자에 PMO 물질을 도입한 저 유전물질을 개발하고 PMO를 하이브리드 형태로 제조, 실제 산업에 활용토록 노력할 예정이다.”

하창식 교수는 ‘78년에 부산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80년에 한국과학기술원 화학공학 석사를 거쳐서 ’87년에 동대학에서 고분자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부산대 공대 고분자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행만 객원기자  chohang2@empal.com  
  2007.07.26 ⓒScience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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